2012년 10월 7일 일요일

Persona Story

나의 마니또는 사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그녀도 나를 잘 아는 오래된 사이이다. 아주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쭉 붙어 지낸 사이라서 어느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묘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마니또로 정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그 어떤 과제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
그녀는 겨울에 태어났지만 눈이 자주 오지않는 부산 출신이다. 학창시절엔 늘 생일이 기말고사기간과 겹쳐서 제대로 생일파티를 해본적도 없다. 늘 미안하다. 내가 처음 봤을 때 그녀의 모습은 너무 순수하고 착하고 조용한 성격의 친구였다. 물론 지금도 얼굴은 그대로다. 무서울 정도로 외모에 큰 변화가 없다. 1살이나 20살이나 똑같은 얼굴이다. 그러나 성격에는 나를 비롯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변화가 생긴것같다. 조금 더 시끄러워지고, 조금 더 대담해지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다. 나는 지금 그녀의 성격이 좋다. 개그코드도 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심지어 입시미술도 같은 곳에서 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가족과 그녀의 가족들 마저 모두 친해졌다. 그녀의 가족들도 모두 재미있다. 지금 그녀의 가족들은 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산으로 내려가 따로 살고있다. 나도 그들이 가끔 보고싶은데 그녀는 얼마나 그리울까라는 생각에 홀로 떨어진 마니또가 너무 안쓰럽다.
하지만 그녀에겐 가족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친구들이 많다. 서울에서 하숙하기 전에 그녀는 일산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그 때 함께 놀던 친구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녀가 일산까지 찾아오기를 매우 귀찮아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만 그녀와 만날 수 있으므로 실제 만나서 노는 빈도수는 낮다. 아무도 서울에 놀러오지않으면 그녀는 가끔 혼자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누가봐도 매우 외롭고 쓸쓸해보이는데 그녀는 혼자돌아다니는 게 너무 재밌다고 한다.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같이 자주 못놀아주는게 미안해서 그냥 믿어주기로 했다. 늘 뚱한 표정에 말을 툭툭뱉는 그녀지만 오히려 그 매력에 빠진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마니또는 늘 인기가 많다. 물론 모두 여자지만.
마니또는 나와 관심분야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녀는 광적으로 연예인들을 신봉하고 영화를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그녀가 전공하고싶어하는 미디어디자인은 그녀와 딱 어울리는 분야인 것 같다. 정말 잘해낼 것 같은 느낌이 온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있다. 마니또는 자기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린다. 자신감이 없다. 왜 늘 자기는 평범하다고 단정짓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결코 평범하지않다. 그렇게 많이 먹어도 삐쩍 마른 몸을 가진 사람은 그녀 외엔 본 적이 없으며, 그렇게 모든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피부도 어디가서 뒤지지않는 아기피부이고, 노래도 잘한다. 심지어 내 친구들 중에는 가장 먼저 남자친구를 사귀었었던 사람이다. 조금 더 자존감을 키우면 분명 더 멋진 그녀가 될것이다.
마니또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가는 것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친구를 다시 돌아보려니, 그녀가 조금 멀게 느껴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해와서 아직도 내 눈엔 마니또는 늘 13살이었는데 어느덧 우리도 20대가 되어 취직을 바라보고 있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제 인생의 근 4분의 1을 살았는데 그 세월동안 항상 나와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늘 함께 하겠지만 나한테만큼은 마니또가 늘 13살, 그때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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